2004년 09월 30일
퀵서비스 90% 무허가 불법 영업
관련법 없고 신고만으로 영업 가능… 소비자 피해 발생 시 구제길 막막
글 정락인 기자 (freedom@joongang.co.kr)
부 르릉 부릉 타타타 타타타….
오토바오토바이 부대들이 요란한 굉음 소리를 내며 서울시내 거리를 쏜살같이 질주하고 있다. 교통체증으로 버스와 택시는 꼼짝 안 해도 마치 곡예사마냥 꽉 막힌 길과 차량의 틈새를 요리조리 잘도 비집고 다닌다.
일명 퀵서비스로 불리는 이륜택배는 복잡한 도심 속에서 가장 빠른 배송수단으로 자리잡았다. 교통지옥, 교통대란을 겪는 도시에서 급송을 요할 때 퀵서비스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 퀵서비스는 이제 우리 생활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그러나 퀵서비스의 이면은 ‘도시의 전령사’라는 이름을 무색케 할 정도로 곪아 있다. ‘과속’ ‘난폭 운전’은 기본이고, 온갖 편법ㆍ탈법ㆍ불법으로 점철돼 있어 ‘거리의 무법자’라는 닉네임이 어울릴 정도다.
놀라운 사실은 퀵서비스가 연간 7,000억원의 매출규모를 가진 거대 택배시장으로 성장했는데도 현행법 어디에서도 관련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 화물차를 이용한 택배는 건설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명시되어 있는데 반해 퀵서비스는 ‘무법’ 상태다.
다만, 이륜택배업을 하기 위해서는 관할 세무서에 영업신고만 하면 누구든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만 달았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법적인 간섭이나 제재를 받지 않고 누구나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시장질서의 혼란을 불러왔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이륜택배업의 문제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이륜특송협회(이하 서이협)에 따르면 현재 영업중인 업체들 가운데 90% 이상이 사업자 등록증을 내지 않고 불법영업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자가용 오토바이로 불법 영업을 함으로써 무자료 거래와 탈세의 온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해 말 서울시에 등록된 자가용 이륜차 37만대 중 1만5,000~1만8,000대가 영업용으로 사용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서이협 창립 멤버이자 부회장을 맡았던 최병연씨는 “이륜택배업계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면서 행정당국의 눈을 피한 불법행위가 심각하게 진행돼 왔다”라고 말했다.
제도권 진입, 시급하다
해마다 퀵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피해발생 시 구제방법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다.
업체들 대부분이 영세한 규모인 데다가 소비자 피해에 대해 보상 능력이 부족하거나 보상체계(배상책임보험, 공제회 등)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 업주와 라이더의 고용관계가 지입 형태이다보니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상주체도 애매하다. 이런 이유로 업주와 라이더는 ‘배째라 식’으로 보상을 거부하는 게 다반사다.
소비자보호원(이하 소보원)이 올해 상반기에 조사한 ‘이륜차 택배 서비스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퀵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 10명 중 1.7명꼴로 피해를 입었으며, 이 가운데 과반수가 피해보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보상액이라는 것도 피해를 원상복구할 만한 수준이 결코 안 되고, 피해보상 주체도 퀵서비스 업체가 아닌 라이더들로 나타났다. 보험처리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소보원 정보기획팀 강병모 차장은 “업주와 라이더가 지입에 의한 계약관계이다보니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대부분 라이더의 책임으로 전가된다”라며 “하루하루 한탕 뛰기로 사는 라이더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34)씨의 경우도 퀵서비스를 이용했다가 큰 손해를 본 경우다. 김씨는 최근 강북에 사는 친지에게 선물을 보내기 위해 고가의 선물상자 3개를 포장해 퀵서비스를 통해 배송했는데, 배송 도중 선물상자 1개가 분실되고 만 것이다.
김씨는 퀵서비스 사업자인 최모(41)씨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했으나, 최씨는 배달원인 라이더에게 책임을 돌렸고, 라이더는 보상할 능력이 없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이처럼 보상체계가 안 되는 것은 국내 보험사들이 퀵서비스의 위험성 때문에 상해보험이나 운송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동차에서는 당연시되는 대인·대물 보상이 전혀 안 되고 있다. 도로에서 오토바이와 접촉사고가 나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소보원은 택배배송을 의뢰할 때는 반드시 운송장을 교부받고, 운송장은 자필로 정확하게 작성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 운송장의 약관내용을 꼼꼼히 읽어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업자의 책임을 묻거나 부당한 주장에 대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소보원 조사에서는 퀵서비스 업체 과반수 이상이 운송장을 교부하지 않거나, 기재사항을 기록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서울시와 서이협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륜택배업을 제도권에 진입시켜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관할 정부부처인 건설교통부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제도권 진입은 흐지부지된 상태라는 것. 이 때문에 도심 교통사고와 이륜특송업의 불법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이륜차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이륜차 영업을 합법화할 수 있는 조항 신설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현행 법령에는 이륜차 택배사업에 대한 법령이 없어서 무허가 업체들의 불법영업이 성행하고 있고,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향의 법령을 신설, 제도권에 진입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무허가 영업이나 자가용으로 영업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이륜차 사업의 적격기준을 마련, 이륜택배를 이용하는 고객의 서비스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이륜택배업을 양성화해서 화물운송업에 포함시키고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 상해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 있다.
※ 이륜택배 이용 시 소비자 유의사항
1. 신뢰도가 높은 업체를 선택한다.
2. 운송장을 반드시 교부받는다.
3. 운송장은 자필로 정확하게 작성한다.
4. 운송장의 약관 내용을 꼼꼼하게 읽는다.
5. 물품이 약속한 시간에 배달되었는지 확인한다.
6. 물품 수령 시 배달원 앞에서 개봉하여 상태를 확인한 후 수령증에 서명한다.
7. 피해 발생 시에는 사업자에게 즉시 통지한다.
8. 사업자와 해결이 되지 않으면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상담한다.
# by | 2004/09/30 08:40 | 관심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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